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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간의 편지

박영철 | 2018.06.14 17:45 | 조회 591

 

며느리가 보낸 편지

아버님 어머님 보세요.

우리는 당신들의 기쁨조가 아닙니다.

나이들면 외로워야 맞죠. 그리고 그 외로움을 견딜줄 아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고요.

자식,손자,며느리에게서 인생의 위안이나 기쁨이나 안전을 구하지 마시고 외로움은 친구들이랑 달래시거나 취미생활로 달리세요. 죽을땐 누구나 혼자입니다.

그 나이엔 외로움을 품을 줄 아는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이고 나이 들어서 젊은이 같이 살려하는게 어리석은 겁니다.

마음만은 청춘이고 어쩌고  이런  어리석은 말씀 좀 하지마세요. 나이들어서 마음이 청춘이면 주책바가지인 겁니다.

늙으면 말도 조심하고  정신이 쇠퇴해 판단력도 줄어드니  남의 일에 훈수드는 것도 삼가야하고  세상이 바뀌니  내 가진 지식으로 남보다 특히 젊은사람보다 많이 알고 대접받아야한다는 편견도 버려야합니다.

나이든다는건 나이라는 권력이 생긴다는게 아니라 자기삶이 소멸해간다는 걸 깨닫고  혼자 조용히 물러나는 법을 배우는 과정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전화를 몇개월에 한번을 하든  일년에 한번을 하든 아니면 영영 하지않아도  그것이 뭐가 그리 중요하세요. 그것가지고 애들아빠 그만 괴롭히세요!

마지막으로 이번 설날에 애들 데리고 몰티브로 여행가니까 내려가지 못해요.그렇게 아시 고 10만원 어머니 통장으로 입금해놓았으니 찾아쓰세요.


시어머니 답장

고맙다. 며늘아!

형편도 어려울텐데 이렇게 큰돈 10만원씩이나 보내주고...

이번 설에 내려오면 선산 판거 90억 하고 요앞에 도로 난다고 토지보상 받은 60억 합해서 3남매에게 나누어 줄랬더니 바쁘면 할수없지 뭐 어쩌겠냐?  둘째하고 막내딸에게 반반씩 갈라주고 말란다.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니? 여행이나 잘 다녀와라. 제사는 이 에미가 모시마.


며느리의 답장

헉!  어머니 친정부모님한테 보낸 편지가 잘못 갔네요. 친정에는 몰티브간다고 하고서 연휴내내 시댁에 있으려고 했거든요.

헤헤!  어머님 좋아하시는 육포 잔뜩사서 내려갈께요. 항상 딸처럼 아껴주셔서 감사해요. 오늘은 어머님께"엄마"라고 부르고싶네요. 엄마! 사랑해요


시어머니 답장

사랑하는 며늘아! 엄마라고 불러줘서 고마운데... 이걸 어떻하면 좋니? 내가 눈이 나빠서 "만"원을 쓴다는게 "억"원으로 적었네? 선산판거 60만원, 보상받은거 30만원해서 제사모시려고 장 봐 놨다. 얼른와서 제수만들어다오. 사랑하는 내딸아!  난 너뿐이다


며늘아! 

니가 세상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것 같구나.

우리는 너희를 기쁨조로 생각한적 없다. 가끔 너희가 마지못해 인상 찌푸리고  집에 왔다가면 며칠씩 기분이 상하고 짜증이 난단다.  이제는 올까봐 금요일부터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답답한 네 머리를 아이가 닮을까 두렵구나.

며늘아! 인생은 60부터란 말 모르느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니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라. 우리는 외로울 틈이 없다.

조선팔도 맛집 찾아다니기 바쁘고, 세계 유명명승지 다니느라 너희 생각할 틈도 없단다.

시에미 전화 기다리지 말거라.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을 잊지 말거라.

너희도 가정이 있으니  이제는 우리한테 행여나 기댈생각은 아예 말거라.  애 맡길생각도 아예 말고. 니들 자식이니 니들이 키우는것은 당연한것 아니냐.

살던 집과 재산은 우리가 쓰고 남으면  누구든 우리부부에게 즐거움을  주는 자가 있다면 넘겨줄것이고 아니면 사회환원하기로 했다.

죽을때 혼자인것 모르는 사람도 있다드냐. 너나 잘 새겨 명심하고 늙어서 니 자식한테 부담주거나 주책부리지 말거라.

그리고 참 너희 결혼식때 보태준 1억원은 그냥 준것이 아니고 차용해준 것이니 조만간 상환계획서 작성해서 금년말까지 은행금리 적용 상환하기 바란다.

분명히 말하건데  앞으론 명절이니 제사니 핑계로  우리집에 와서 행여  유산이나 챙기고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려는 환상은 버리는게 좋을것이다.

이번설은 남미여행 가기로 했으니 그리알고...

참... 네통장에 5만원 송금했으니 찾아서 설이나 쇠거라

며늘아! 지금 이순간에도 늙고있다는것을 기억해라.  세상은 잠시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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